[김석기의 미술여행] 푸쉬킨 미술관과 뜨레차꼬프 미술관
[김석기의 미술여행] 푸쉬킨 미술관과 뜨레차꼬프 미술관
  • 김석기 작가
  • 승인 2019.08.2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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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레차꼬프 미술관

러시아의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기면서 러시아의 모든 역사적 예술문화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문화재로 남게 되었다. 당연히 예술품들도 에르미따쥐 박물관을 중심으로 그곳에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에르미따쥐를 버금가는 거대한 미술관들이 이곳 모스크바에도 있다. 모스크바 강을 가운데에 두고 한쪽에는 ‘국립 푸쉬킨 미술관’이 있고, 또 그 반대편에는 ‘국립 뜨레차꼬프 미술관’이 있다. 
‘국립 푸쉬킨 미술관’은 본래 ‘조형예술 박물관’이라 하여 구소련 정부가 국민들에게 미술교육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들을 위한 장으로 모스크바 대학교에 부설로 설치한 것이다. 1898년부터 1912년까지 계속된 박물관 건립은 귀족들과 실업가들의 후원을 받아 자금을 만들고, 설립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박물관 설립의 총 책임은 문학박사이며 예술사 전공가인 모스크바 대학교 교수 쯔베따예프가 맡았는데 그는 박물관이 완성된 후에도 초대 관장 일을 맡아 박물관을 운영하였다.
 

모스크바 교회

‘국립 푸쉬킨 미술관’은 이오니아식 주랑을 따라 높이 세워진 건축예술 형식으로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킨다. 2층 홀에는 천장을 유리로 장식해 채광과 미술품 보호에 최선을 다한 독특한 미술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1912년 개관 당시 대부분 작품들은 국외 미술품들의 원작을 모사한 것으로 고대 이집트 문화재 중심의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실로 가짜들로 만들어진 박물관은 1923년 모스크바 대학으로부터 독립을 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로부터 빼앗은 유물들과 1997년 러시아 의회가 개인 소장품들을 국고로 환원하면서 진품들을 소유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이곳에는 유럽 미술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렘브란트, 모네,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명작들과 이집트,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바로 이곳을 빛내고 있다. 현재 진품만으로도 백만 점 넘게 소장하고 있으며, 루카시 크라나흐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 르누아르의 ‘검은 옷의 아가씨들’ 폴고갱의 ‘왕비’ 등 헤아릴 수 없는 유명한 작품들이 찾는 이들을 감동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따쥐와 비길 만한 미술관이 푸쉬킨 국립 미술품 박물관 외에도 또 하나 있다. 바로 19세기 자본가였던 ‘뜨레차꼬프’가 기증한 5000점의 미술품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국립 뜨레차꼬프 미술관이다. 이곳에는 러시아 혁명 당시 귀족들로부터 몰수한 예술품들이 포함되어 현재는 총 6만여 점의 작품들이 62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1번 방에서 54번 방까지는 300년 러시아 미술의 변천사가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어 러시아 미술의 발달을 한눈에 볼 수 있고, 55번 방부터 62번 방까지는 귀족들이 사용하던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어 화려한 미술관 분위기의 절정을 만들어 낸다. 
10번 방에 들어서면 이바노프의 ‘멀리서 다가오는 그리스도’ 작품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작가가 1837년부터 1857년까지 20년에 걸쳐서 그렸다는 대작이다. 크기가 가로 7m, 세로 5m의 대작으로 한쪽 벽면을 완전히 메우고 있고, 멀리 언덕배기에서 서서히 군중들을 향하여 다가서고 있는 광야의 그리스도를 향해 손을 들어 경배하고 간절히 기도하며 환영하는 군중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중심 작품 곁에 본 그림의 부분을 따로 확대하여 그린 부분 작들의 구성도 독특하고 옆방에 있는 그의 습작들도 눈길을 끈다. 브루벨이 그린 ‘앉아있는 악마’ 일리야 레핀의 ‘이반 뇌제와 아들의 비극’ 수리꼬프의 ‘유형지로 끌려가는 마리조바 부인’ ‘처형 날의 아침’ 루블료프의 ‘삼위일체’ 페로브의 '트로이카'와 '휴식을 취하는 사냥꾼' 등 헤아릴 수 없는 명작들이 러시아의 ‘이꼰화(성화)’와 함께 뛰어난 예술성과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러시아 미술은 비잔틴으로부터 정교를 수용하면서 받아들인 교회예술의 시대부터 17세기 표트르 대제 이전까지에는 주로 성서의 내용으로 이콘화, 프레스코화, 모자이크화 등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서구 문화와 예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표트르 대제의 시대부터 19세기 말까지는 서구 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현실적인 주제와 소재를 표현한 인물화나 초상화, 풍경화 등이 나타나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젊은 화가들에 의해 주도된 아방가드르의 모더니즘 미술이 등장하였다. 
러시아 모더니즘은 서구의 영향으로 문학,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새로운 20세기 시대관을 표현하고자 했던 사조로, 미술 부분에서 사실주의가 막을 내리고 추상회화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소비에트 시대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은 예술의 창조성보다는 정치적인 지향성 때문에 러시아 미술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혁명 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발생한 전위적 추상예술인 구성주의는 서유럽과 현대 추상 예술 운동에 대한 영향력 때문에 주목 받고 있다. 
‘국립 뜨레차코프 미술관’, ‘국립 푸쉬킨 미술관’을 통해 정치나 종교적 이념을 초월하여 문화예술 지향적인 집대성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민족을 계승하고 삶의 본질을 찾는 심미안을 가진 지도자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모든 미술품들이 분명 영원한 러시아 후손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예술적 가치를 갖게 될 것이며, 이 세상에 러시아가 존재하는 의미를 한 층 높게 해주는 빛나는 유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雨松 김석기(W.S KIM)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초대작가
프랑스 몽테송아트살롱전 A.P.A.M 정회원 및 심사위원
개인전 42회 국제전 50회, 한국전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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