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방까지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멈추거나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장기적 안정세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가 올해 주택가격이 안정 또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정세 속 불확실성 심화
한국부동산원 '주간(1월 마지막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주 0.01%에서 이번 주 -0.01%로 떨어지며 상승세를 마쳤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넷째 주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1개 자치구에서 집값이 떨어진 가운데 6곳에선 보합세를 보였다. 

부동산시장 상황 판단의 척도로 불리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하면서 당분간 전국적인 내림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잇단 금리인상과 장기간 집값 폭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맞물리며 거래가 끊기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젊은층 사이 이른바 '영끌' 수요가 두드러졌던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하락세가 더욱 짙어졌다. 실제 강북구와 노원구가 0.03% 하락했으며, 도봉구 역시 –0.02% 변동률을 보였다. 

이와 관련, 부동산원은 "최근 매물이 적체되고 급매물 위주로 거래된 가운데 강북구는 미아동 대단지 위주로, 노원구는 상계·중계동 위주로, 도봉구는 쌍문·방학동 구축 위주로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강남 불패로 불리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이주 상승세를 멈췄다. 전주 0.02%의 변동률을 기록한 송파구는 이번 주 보합 전환했으며, 최근 2주 보합세를 유지해온 강동구는 –0.01% 떨어졌다. 서초구와 강남구도 0.01% 오르며 상승세가 꺾였다. 

한때 서울 집값 폭등의 반사효과를 보인 수도권도 이번 주 무려 2년 5개월여 만에 보합세를 보이며 안정되는 모습이다.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는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전반적으로 집값의 하락·보합세가 이어지면서도 당분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9.9%로,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였다. 

다만 4분기 들어 집값 오름세가 확연히 꺾였다. 3분기 2.8%를 기록했던 전 분기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4분기 1.8%로 감소했다. 주택 거래량도 줄었다. 지난해 10~11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간에 비해 32% 둔화했다. 

KDI는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지속, 입주 물량 증가 등 요인으로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KDI는 최근 주택시장이 매매가격 하락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곤 있으나, 준전세·준월세 가격 상승, 지역 간 주택 가격 차이 확대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변동금리대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월세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한 수도권,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난해 4분기 주택전세가격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준월세·준전세 상승률은 되레 커졌다. 

월세지만 보증금이 끼는 준월세(보증금이 월세 12~240배)의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0.7%(전기 대비)에서 4분기 0.8%로 상승했다. 전세임에도 월세가 있는 준전세(보증금이 월세 240배 초과) 가격 상승률 역시 동기간 1%에서 1.2%로 올랐다. 

이와 관련, KDI는 "전셋값에 대한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올해 집값 하락·보합 전망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완만한 형태의 하락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KDI 보고서에 나타난 관련 전문가 설문조사 진행 결과,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절반 이상인 51.3%가 가장 많이 예상했다. 보합은 18.3%, 상승은 30.4%로 각각 집계됐다.

이들이 '집값 하락'을 전망한 이유로 '주택 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31.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금리인상 28.5% ▲금융규제 19.3% 등 순이었다. 

또한 올해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주택매매가격의 '완만한 하락'(-5~0%)을 예상하는 응답 비중이 최다로 기록된 가운데, 특히 서울에선 '신규 공급 입주물량 부족'(31.1%)이, 비수도권에서는 '세제강화에 따른 기존매물 감소'(24.3%)가 각각 매매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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