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더 낮추기 어렵다면 서비스 개선해야
지난해 10월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과 최근 부동산시장 '거래절벽' 심화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한때 들불처럼 번졌던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시들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중개 수수료가 과거와 달리 절반가량 줄어들면서 직업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현업에 종사 중인 중개사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값 폭등에 시달리는 시민들 역시 여전히 높은 수수료율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 폐업은 1만1,107건, 휴업은 862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개업 건수는 2013년(1만5천816건)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9년(1만6,903건)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얼어붙었던 당시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 10명 중 8명은 개업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 총 49만3,502명 중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1만6,327명(23.6%)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시행과 함께 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 '반값 수수료'를 내세운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성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는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는 한편 창업기업 지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보수가 크게 줄어든 기존 중개사들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 보충'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협회가 최근 향후 대출이나 이사업체 안내 등을 개별 서비스 항목으로 따로 분류해 중개사 보수를 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앞서 이종혁 신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개사들은 단순 주택 알선뿐 아니라 고객에게 이삿짐센터·대출정보 안내 등 많은 자문을 수행한다"며 "이 부분에 관련한 보수 체계는 정립돼 있지 않아 향후 보수로 받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개사들은 매물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나 이삿짐, 청소업체 등의 연락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항목별 유료로 전환해 작년 중개보수 상한요율 인하로 줄어든 중개사 수입 보전을 위한 한 방안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가뜩이나 임대차 계약갱신 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는데, 중개수수료까지 낮아지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법 시행 당시 일부 지역에선 정부에 항의하며 휴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서울 강동구에서 영업 중인 중개사라고 소개하며 올라온 한 글이 주목받았다. 글쓴이는 "공인중개사들의 수입은 나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엄청난 매출 급감으로 이 업을 계속해야 할지 하루하루 고민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 지원 업종에 공인중개업이 빠진 합리적인 이유도 찾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업계 반발 지속…소비자도 "더 내려야" 
하지만 집값은 물론 전·월세 폭등으로 지친 여론은 이 같은 중개업 행보에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중개서비스 자체에 큰 변화·혁신이 없음에도 중개보수가 아직 여전히 높다는 데 따른 불편함이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존 중개업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올릴 만안 방안 마련이 먼저", "하는 일에 비해 중개보수가 많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아직 이해 못 하는 듯" 등 부정적 의견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소비자들은 현 정부의 가장 잘한 정책 중 하나로 '중개 수수료 인하'를 꼽기도 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현 정부 출범 후 추진해온 제도개선 사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권익위가 지난해 11월 정책제안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총 1795명의 국민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절반가량 낮춘 ‘주택 중개수수료 및 중개서비스 개선’이 최우수 사례로 꼽혔다.

앞서 권익위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최고요율을 내리고 적용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최대 절반 수준 낮추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권익위는 이를 통해 연간 694만 명의 국민이 수수료 부담 감소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시민 생각과 달리 더이상 중개수수료를 낮추기 어렵다면 부동산 소비자들이 아까워하지 않을 만한 서비스 수준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에선 중개수수료가 거래가격의 최고 6%에 달하지만, 중개·금융·세무 등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며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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