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지만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유로그룹의 긴축안을 오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한 만큼 투표결과가 나와야 사태의 향방이 한층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계속 악화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발생하거나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 IMF 채무 불이행은 예고된 악재…시장충격 제한적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한국시간 1일 오전 7시)까지 갚기로 한 IMF 채무를 갚지 못했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부채 15억3천만 유로(약 1조9천억원)를 6월 말까지 일괄적으로 갚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은 간밤 긴박하게 막판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히면서 IMF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예고됐던 만큼 한국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그리스발 위기 소식에 코스피는 29.77포인트 빠졌고 원·달러 환율도 8.4원 급등하는 등 적잖은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뒤인 30일에는 코스피가 반등하는 등 그리스 충격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채무 불이행이 확정됐다고는 하나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밝힌 이후 사실상 추가된 뉴스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경계감이 있어 이번 주까지는 지켜보자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2년 유로존 위기보다 영향 미미

국민투표가 아직 남았지만 그리스 부도 사태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까지 악화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특히 그리스 채무위기로 촉발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보다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그리스 채권 보유자의 구성이 달라진 데 따른 영향이 크다.

2012년에는 유럽 주요 민간은행이 그리스의 주요 채권자였으나, 현재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그리스 채권의 41%를 보유하고 있다. IMF와 유럽중앙은행(ECB)도 각각 7%와 6%를 갖고 있다.

채권자가 민간기관이고 수가 여럿일 때와는 다르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고 부채 재조정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그리스발 위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기 때문에 시장이 충분히 대비해 왔다는 점도 충격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주요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는 유럽재정위기 당시 1천675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작년 4분기에는 1천174억 달러로 줄었고, 특히 그리스 등 남유럽계 은행의 대 한국 익스포저는 25억 달러에서 11억 달러로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위기는 이미 2012년에 한 번 겪었고 이번 디폴트도 거론된 지 오래된 사안이라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신흥국 중심 자금이탈 가능성…최악 상황 대비는 필요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먼저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는 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에 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까지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리스 사태가 그렉시트로 번질 경우 한국의 직접적인 위험노출액 피해, 유로존 부진에 따른 수출 악화,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등의 경로로 한국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국경제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은 메르스 사태, 그리스 채무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 3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합동점검반을 꾸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점검반은 1일 오전 회의(콘퍼런스콜)를 열고 그리스 디폴트 상황과 관련한 불안 요인을 점검했다.

한은 관계자는 "어제 점검반을 출범시키고 오늘 아침 첫 회의를 열었다"며 "그리스 디폴트는 이미 충분히 알려진 상황이라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 관련 사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 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