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이코노미 이승우 기자]=수익성 부동산분양이 사실과 달라 매입자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매일경제신문은 오피스텔 상가 등 분양에 문제점 투성이라고 보도했다.

#전직 공무원 박 모씨(69)는 퇴직 후 사들인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 때문에 속앓이가 심하다. 도심 한복판이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0만원 임대수입을 기대했지만 세입자가 자꾸 바뀌는 바람에 골치다. 공실이 나면 매월 10만원이 넘는 관리비를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박씨는 "최근 옆방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불법 영업을 하다가 단속에 걸려 도망가는 일도 생겼다"며 "안정적인 임대수입은커녕 십 년은 더 늙은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 직장인 하 모씨는 지난 6월 난생 처음 부부싸움을 한 후 아직까지 속이 상해 있다.

1억5000만원을 투자하면 월세 70만원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양 홍보업자의 말을 덜컥 믿고 마곡지구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양천향교역과 발산역을 낀 더블역세권 명당이라고 소개받았는데 역세권은커녕 역 간 거리가 1.1㎞나 됐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월세 40만원짜리 오피스텔 매물도 이미 나왔다.

오피스텔은 투자 비용이 저렴해 가장 '만만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손꼽힌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1억~2억원대 소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분양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종잣돈만 생기면 투자한다고 해서 국민 재테크란 별칭까지 생겼다. 연수익률 5% 이상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감에 인파가 몰리고 좋은 동·호수를 지정받기 위해 밤샘 줄서기는 예사다.

지난달 15일 청약을 접수한 '광교 아이파크'는 282실 모집에 6만110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16.68대1을 기록했다. 견본 주택을 보러온 사람만 5만명이 넘었다. 비슷한 시기 청약 접수한 인천 송도국제신도시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도 238실 모집에 5681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23.87대1이었다. 그러나 분양 물량이 늘고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사람들의 기대 심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지만 '오피스텔촌(村)' 수익률은 역주행하고 있다.

이 모씨(42)는 2013년 말 서울 신촌과 신도림에 오피스텔을 1채씩 사서 보유한 임대사업자다. 합쳐서 3억원에 사들인 오피스텔 두 채로 매월 110만원씩 임대수익을 얻는다. 대출금 1억5000만원에 복비와 각종 세금 등 비용을 뺀 연수익률 4%대에 만족했다. 대학가·병원·역세권 입지를 꼼꼼히 골라 이 정도면 은행 예금보다 낫다 싶었지만 벌써 매도 시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근에 새 오피스텔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2010년 이후 4년간 전국 12만8000여 실이 공급되는 등 이전 4년 분양물량(2006~2009년 1만9043실)의 7배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특히 2011년 이후 매년 3만실 이상 시장에 풀려 올해도 연말까지 3만6646실이 분양될 예정이다. 오피스텔 투자를 잘만 하면 매월 임대수익이 보장되지만 문제는 입지와 투자금액이다. 부동산114와 리얼투데이 등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오피스텔촌 대명사인 강남과 마포의 임대수익률은 각각 5.07%와 5.18%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0위권에도 못든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분양가도 덩달아 올랐다. 서울의 경우 2010년 3.3㎡당 1290만원이던 평균 분양가가 올해 7월 말에는 1325만원 선이었다. 이 수익률에는 투자자 개개인이 부담하는 각종 세금이나 대출이자, 공실에 따른 관리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아 실제 수익률은 4% 아래로 하락한다.

서울 최대 상권인 강남·선릉역 일대 오피스텔도 공실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은 지 10년 된 강남대로 '역삼디오빌' 전용 30㎡형과 올 4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 전용 23㎡형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이상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오피스텔 주인 박 모씨는 10일 "대출 이자와 부동산중개인 소개비를 고려하면 방이 두 달 넘게 빌 경우 수익이 마이너스가 된다"며 "한 달에 방값으로 100만원 이상 지출하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서히 입주를 시작한 강서 마곡지구와 송파 문정동, 동탄·광교 신도시 일대도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할인 분양에 이어 전세물건까지 나올 정도다. 2012년 즈음 공급 주택 중 3분의 1 이상이 오피스텔(1만3000실)인 바람에 할인 분양이 횡행했던 광교 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월세 수입이 핵심인 오피스텔이 줄줄이 전세로 나왔다면 주인이 세입자를 못구해 아예 팔려다가 그마저 여의치 않자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도시형생활주택, 행복주택 등 대체재 역할을 할 경쟁상품이 계속 늘고 있어 안정적 임대수익을 보장하던 오피스텔 독주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역세권, 대학가, 쇼핑몰 등 핵심상권 옆처럼 오피스텔 선호 입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투자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 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