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이코노미=이승우 기자]=중국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15%(245.51포인트) 급락한 3748.16으로 마감, 또다시 폭락세를 연출했다. 지난달 27일 8.5% 폭락한 이후 3주 만에 최대의 하락폭이다.
지수 4000선이 가까워지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왔고,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이어졌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이탈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습 작전처럼 이뤄졌던 위안화 평가절하 효과가 중국 증시에서 채 1주일을 가지 못한 가운데, 위안화 절하가 중국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만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심상치 않은 중국 경제
최근 중국에서 나오는 여러 지표를 보면 경기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먼저 중국 경제의 두 축 중 하나인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7월 중국의 수출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3% 줄었다. 내수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17일 "7월 전력 사용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고 전했다. 통계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중국에서 전력 사용량은 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7월에 사용량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경제참고보는 "7월 전력 사용량 감소는 예상치 못했다"며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예상보다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중국의 7월 승용차 판매량은 2014년 2월 이후 1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잇달아 가격을 낮췄지만, 내수 침체를 이겨내지 못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완다그룹은 올해에만 백화점 13곳의 문을 닫았고, 앞으로 7곳을 추가로 폐업시킬 계획이다.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작년까지 99곳이던 완다백화점은 80곳 이하로 줄어든다. 경기 침체로 백화점을 짓기만 하면 사람이 몰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완다는 판단한다.

위안화 절하는 최후의 다목적 카드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는 금리 인하, 재정 투입 등에 이어 중국 정부가 꺼내 든 마지막 경기부양 카드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위안화가 10% 평가절하될 경우 올해 중국의 수출이 당초 전망보다 0.2%, 내년에는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위안화 국제화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인출권(SDR) 기반통화에 위안화를 포함시킬 것인지를 올해 안에 결정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화자산이 부족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국제준비통화로, 현재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유로화 등 총 4개국 통화가 기반통화로 구성돼 있다. SDR 기반통화가 된다는 것은 국제 통화로서의 위상을 인정받는 것이어서 중국 정부는 예전부터 기반통화 편입을 추진했지만 환율 자율 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했다. 카쓰미 이시바시 피델리티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환율 결정에서 시장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발표는 중국 당국의 역내 위안화 시장에 대한 자신감 증가와 암묵적인 달러화 페그제 탈피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이르면 다음 달 이뤄질 미국 금리 인상에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전망에 따라 다른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인 반면 위안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여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월평균 118.8포인트에서 올 상반기 월평균 130.1포인트로 9.5% 상승해 고평가 정도가 심화됐다. 이 밖에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외환보유고 감소를 막기 위해 환율에 손을 댔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13년 1분기 4조달러에 육박했으나, 외자 유출과 보유자산 평가 손실 등으로 3000억달러(그래픽 조선일보인용) 가까이 줄었다.

중국 경기 진작 효과는 미지수… 한국 등 경쟁국엔 피해

문제는 위안화 가치 절하가 중국 경제에서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는 반면, 한국 등 주변국에는 막대한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과잉 투자 조정, 악성 부채 정리 등 구조조정이지 통화 평가절하가 아니다”면서 “평가절하는 잠시 시간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장래에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8일 '위안화 절하 영향 모의실험'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중국의 수출과 성장률은 소폭 상승하는 반면 중국 수출 경쟁 상대국의 수출과 성장률은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에는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늘어나 한국도 이익을 봤지만, 이제는 경합 업종이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며 원·위안 환율이 5% 하락하면 한국의 총수출이 3% 감소하고, 특히 기계·석유화학 업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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