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택 작가의 조각에는 말이나 소가 주 소재로 쓰인다. 소나 말은 동물의 형태이나 그들 동물의 상징성을 빌어 왔을 뿐 실상은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 노비라는 계층의 인간상을 비유법을 사용해 소나 말로 형상화 한 것이다. 이는 곧 노비라고 구속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의미하며 현대인들을 속박하고 억압하는 '노비문서'의 존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그의 연작 '현대인의 노비문서'를 찾아서는 장작가의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 대한 장 작가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의 작품 모티브가 되는 소, 말 등의 동물은 모두 인간의 욕심에 의해 노동으로 육신이 혹사당하고 이동수단으로 이용되며 제물로 바쳐지기도 한다. 희생 강요당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동물의 숙명을 인간사에 빗대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 하고 있는 것이다.

재료가 다양해지고 회화에서 오브제를 끌어오는 등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표현성에 있어서 현대미술은 더 자유로웠지만 유행처럼 잠깐 있다 사라지는 '가벼움'으로 인해 여러 작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재료선정에 있어 무한정에 가까운 조각은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것을 찾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불안감을 도전과 실험정신이라 덮어두는, 결국 작가 스스로도 설명이 어려운 애매한 작품들에 대해 “불안하고 비합리적인 예술”이라 말하는 장형택 작가는 단호했다.

다루지 못했던 소재들이 속속들이 나오면서 장 작가가 작업하는 '석 조각'이나 '브론즈 캐스팅'은 옛 기법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그는 “예로 '돌'이라는 것도 재료 역시 현대 흐름에서 생동하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현대재료'다”라고 말하며 “성급히 유행만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의도를 충분히 살려줄 수 있는 재료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장 작가는 “노동 없이는 작품도 없다”고 말하며 회화작가들이 수천 번의 붓질로 테크닉을 연마하듯이, 조각가 역시 머릿속 생각과 손의 감촉이 이어져 저절로 손이 따라갈 정도의 충분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눈으로만 보고 눈대중으로 계산하는 식의 작품을 보면 제 작품이 아니면서도 한 명의 예술가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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