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큰 적자, 세금납부조차 걱정... 정부에 SOS 타전

김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3 1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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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분 유예세금도 못낼 상황…"세금납부 기한 더 늦춰달라"

안 되면 분할납부라도...국세청은 한 번 늦췄는데 난감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제공=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 세금이라도 늦춰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국내 정유4(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1분기에 총 43775억원의 분기 적자가 발생해 최악의 실적 위기를 겪었다.

 

국제유가가 조금씩 회복세에 있는 상황이지만 2분기에도 조 단위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실적이 44000억원의 적자라는 치명타를 입은 정유업계는 2분기에도 '코로나 락다운'이 지속될 경우 석유 수요가 늘지 않아 큰 폭의 적자를 입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이달 납부할 세금 부담에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경영 손실이 2분기에도 계속될 전망 속에서,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한 세금들이 이달 말을 기한으로 돌아오면서 유동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 측에서는 정부에 추가적인 세금 기한 유예 혹은 분할납부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정유업계 측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 조치를 취했던 대규모 원유 관련 세금들은 대부분 이달 말을 기한으로 한꺼번에 납부하게 된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산업 현장의 고충을 완화할 목적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국세청) 4월분에 대해 7월 말로 납부 유예를 적용했고, 46월분 석유수입부과금(산업통상자원부)도 각 3개월씩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관세청이 적용하는 원유 관세와 수입부가세의 경우 3월 납부분을 5월 말로, 68월분은 각각 3개월씩 유예했다.

 

납부 유예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지출 어려울 만큼 자금 경색

 

국내 정유 4,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이 내야 하는 세금은 각각 14000억원 규모의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및 월별 400억 규모의 4월 석유수입부과금 유예분으로 집계되어 있다.

 

두 달 치를 한꺼번에 내게 되는 상황인 정유사들은 세금 마련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정유업계를 어렵게 하는 한 가지 요인은 정제마진의 침체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에 있지만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르는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크랭킹 정제마진의 경우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전환 이후 14주 동안 마이너스를 지속했으며, 지난달 셋째 주 배럴당 0.1달러로 플러스(+)로 반짝 전환을 했지만 지난주 도로 마이너스로 돌아왔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비용을 의미한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배럴당 정제마진이 4달러 정도는 되어야 수익이 창출되는 상황인데 여전히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측에서도 정유 4사가 적자폭이 줄기는 해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 중심으로 최대 수천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하는 전망이 많다.

 

이같은 업계의 지원요청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세수 부족 상황을 우려하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정유 업종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긴 했으나 그보다도 세금 유예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도 "1분기에 초대형 적자를 봤지만 정부의 세금 유예로 그나마 유동성 위기를 버틸 수 있었다""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라 2분기 이후에는 또 어떻게 사업을 유지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전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속에 회사채를 세금 납부를 위해 발행하는 곳도 있다""정부의 추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으로 지역 관세청 측에서는 현재 정유사들과 911월분 관세의 추가 유예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울산세관에서는 최근 SK에너지가 납부해야 할 911월 원유 관세분에 대해 1215일까지 추가적인 유예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국제 원유 거래 관련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정유업계가 여전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형국임을 지적하면서, 2분기 유가 회복 속에서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폭은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으나 코로나 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유업계의 취약한 사업구조가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국내 정유사들이 정유 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석유 수요와 경기에 따른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유사들이 소재 및 화학과 같은 신사업 분야의 확장과 함께 성장동력을 찾아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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