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동의 안정감, '예측력'에 있다

유중근 한국애착연구아카데미 대표 기자 / 기사승인 : 2020-04-29 0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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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안정된 아이들과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차이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면 '예측력'에 있다. 어떻게 나를 예측하고, 나를 돌보는 부모를 예측하느냐에 달려있다.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예측을 바탕으로 안정감을 누린다. 예를 들어 우리가 버스를 타고 동네 마트에 간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안다. 반복적으로 마트를 이용해왔기에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내리면 길 건너에 마트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경험이 반복될수록 예측을 더 세밀하게 만든다. 마트를 가는 도중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다. 버스 타고 마트에 가면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마트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예측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부모와의 안정된 관계를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스스로 예측한다.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더라도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사랑에 근거한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이 어려우면 불안해진다.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여행을 간다고 가정해 보자.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을 알고 있어도 경험하지 못한 길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숙소의 위치를 지도가 보여 주지만 나는 아직 경험하지 않아 예측할 수 없다.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특징이 이와 비슷하다. 지도가 숙소를 보여 주듯 분명히 이분들이 내 부모인 것은 맞는데 부모가 한결같지 않아 예측하기가 어려우면 아이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일상이 어떠한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하루가 아무리 규칙적이더라도 부모가 감정에 따라 자녀를 대하여 부모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우면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에게 반응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부모의 감정을 살피게 되어 부모가 밝아 보이면 자신도 기분이 좋지만 부모의 안색이 어두우면 자신의 감정도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들의 안정감은 아이들을 대하는 한결같은 부모의 따뜻한 모습에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양육에 실패하는 것은 한결같이 자녀를 학대하여 실패하는 경우보다는 감정에 따라 자녀를 대하여 어떤 때는 아낌없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어떤 때는 감정의 상처를 주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부모들이 알면서도 어려워한다. 여기서 한결같이 대하라는 것은 감정을 완벽하게 조절해서 좋은 모습만 자녀에게 보여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얘기다. 그리고 자녀도 부모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결같이 대하라는 것은 오랜 시간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심리적인 이미지가 깨지지 않도록 이끌어 가라는 것을 말한다. 즉 평소에 사랑을 나누는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부모 사랑에 대한 예측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설사 특정 상황에 강한 감정이 폭발하여 자녀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훈육을 넘어 자녀에게 상처를 준 부분은 사과하여 자녀의 심리적 이미지가 회복되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자녀의 마음속에 있는 부모의 사랑에 대한 심리적 이미지를 잘 보존하도록 도와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부모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부모사랑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면 부모만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도 부정적으로 예측하기에 이른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수록 나는 타인에게 쓸모없는 존재로 자기인식을 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사과한다는 것을 창피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녀와의 흐트러진 관계를 보수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안정감을 지켜주는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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