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이코노미=이재형 기자]=검찰이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수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59·남양주 을) 의원에 대해 7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날 박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구속기소) 대표로부터 현금과 명품 시계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측근 정모(50·구속기소)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 7개와 명품 가방 2개, 현금 2억원 등을 돌려줘 증거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제18대 국회에서 국토해양위원회 간사와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제19대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검찰은 박 의원이 I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I사에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민간 부문은 국토교통위원회 직무를 벗어난 범위로 판단,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 친분 관계에서 받은 돈이 아니고 뇌물성 자금이 맞다"면서도 "국토교통위원장이 민간 회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상 직무 권한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박 의원 동생(55)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금품은 혐의 액수에서 제외했다. 박 의원과 박 의원 가족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금품의 실제 규모는 3억5800만원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박 의원 동생은 지난달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기 남양주시 쓰레기 소각 잔재 매립장인 에코랜드에 야구장을 짓는 과정에서 시청 소속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데 박 의원 형제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하고 있다.

박 의원의 구속 여부는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거친 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회기 중에 현행범이 아닌 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 체포동의안이 필요하다.

앞으로 법원은 박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에 서명해 검찰로 보내야 한다.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 국무총리실을 거쳐 청와대에 보고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면 법무부는 정부 명의로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게 된다. 이후 본회의가 열리면 24시간~72시간 사이에 해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박 의원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법원은 바로 영장을 기각하게 된다.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의원은 검찰에 소환되기 전부터 혐의 일부를 인정한 자수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9일 박 의원은 20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금품 수수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 다만 측근들을 통해 증거를 숨기라고 지시한 의혹이나 경기 남양주시 에코랜드 토지 용도 변경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에 대해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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