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양도세 중과-증여 증가 등 '매물잠김' 전망

이달 말 올해 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가 일제히 발송될 전망이다. 이미 예고된 대로 '역대급'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세금 폭탄은 특히 다주택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옥죄기에 현재 사실상 거래절벽이 현실화한 가운데, 종부세 부담마저 더해진 다주택자들의 매물 레이스가 나타날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22일 올해 종부세 납세 고지서 및 안내문이 발송될 계획이다. 납부는 내달 1일부터 15일까지 이뤄진다. 

시장에선 올해 종부세가 크게 오를 것을 넘어 '역대급'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월 1가구 1주택자 대상 종부세 과세기준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됐음에도 공시가격 기준인 시세가 대폭 상승해서다. 
 
게다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종부세율도 지난해 0.6~3.2%에서 올해 1.2~6.0%로 상향 조정됐다. 종부세 과세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기존 90%에서 95%로 올랐다. 

또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올해 종부세수가 5조1,000억 원, 국회예산정책처는 5조9,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작년 종부세수가 3조6,000억 원 규모란 점을 감안하면 두 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은 늘어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금증가 한도를 의미하는 세 부담 상한은 올해부터 기존 200%에서 300%로 올라간다. 

실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올해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를 보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지난해(1,941만 원) 대비 180% 오른 5,441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농어촌특별세·재산세 등을 포함하면 올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총 7,500만 원에 이른다. 

당연히 3주택자 부담은 더 크다. 우 팀장이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112㎡)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 등을 보유한 3주택자의 종부세를 산출한 결과, 올해 2억3,618만 원으로 작년(8,727만 원) 대비 17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정부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은 내년에도 지속될 계획이라 보유세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집값 폭등이 이뤄진 데 따라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이상 급등할 가능성이 크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내년 100%로 높아진다.

그럼에도 이런 종부세 부담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는 다주택자들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근거로 전문가들은 먼저 양도소득세 증가를 꼽는다. 지난 6월부터 양도세는 최고 75%까지 오른 상태다. 주택을 매도할 사람들은 이미 팔았다는 진단이다. 실제 최근 주택매매 거래량이 대폭 줄며 '거래절벽'은 날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설령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라 처분하려 해도 양도세 중과로 팔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양도세의 경우 집을 팔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은 세금이라 완화 전까지 ‘눈치 게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종부세 인상은 오래전 이미 예고된 만큼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 등으로 미리 대비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1∼8월 기간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8,298건에 달한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거래(매매·증여·판결·교환·분양권 전매·기타 소유권 이전 등) 건수(85만3432건)의 6.8%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 비율이다. 

상대적으로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내년 3월 예정된 대선도 변수로 꼽힌다. 

야권 대선주자 일부는 현재 종부세의 전면 재검토 및 재산세 완화, 양도소득세율 완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종부세 대상자가 결정되는 과세 기준일 6월 1일 전까지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한 이유다. 

종부세 영향에 따른 매물 증가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고율의 양도세 역시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이번 종부세 부담과 별개로 내년 대선결과에 따라 시장 매물흐름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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