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엄격한 대출 심사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엄격한 대출 심사 (사진=연합뉴스)

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 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다주택자·무주택자 동시 급증

8주째 전국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강력한 규제 정책에 기반한 긍정적 흐름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시장 전반적으로는 우려가 큰 모양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정부가 인위적 ‘메스’를 가한 결과로 읽히는 이같은 결과에 명과 암 중 ‘암’에 더욱 집중하는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현금 부자들만 부동산시장 참여가 가능해진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결국 부동산 양극화 문제가 더욱 깊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사실상’ 설정한 다주택자가 늘어난 가운데 오히려 무주택자는 급증했다. 외형상으로 보면, 정부가 의도한 정책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가구 2,092만7,000가구 중 무주택 가구 수는 919만7,000가구로 1년 만에 31만 가구(3.5%)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가구 단위 통계조사 이래 최초로 900만 가구를 초과한 수치이자 역대 최대폭이다. 

또한 같은 기간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232만 명으로, 전년(228만4,000명) 대비 3만6,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2년 ‘주택소유’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주택 소유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2주택자·3주택자는 늘어난 반면, 4주택자·5주택자 이상 소유자는 줄었다. 

동 기간 2주택자는 179만6,891명에서 183만140명, 3주택자는 29만2,677명에서 29만7,025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4주택자는 7만6,128명에서 7만5,669명, 5주택 이상은 11만8,062명에서 11만6,814명으로 감소했다. 

종부세 강화 등 다주택자 관련 정부 규제에 집을 4채 이상 가진 개인 소유자는 일부 주택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이미 집을 보유한 이들의 추가 구매는 정부 정책으로도 막지 못한 셈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율은 56.1%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줄었다. 무주택 가구의 비율은 43.9%에 달했다. 부동산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는 집을 구매하는 대신 전‧월세로 내몰렸고, 주택 공급은 1인가구 등 가구 수 자체가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영끌’ 등 갖은 노력에도 국민 절반 가까이(43.9%)가 무주택으로 떠도는 사이 소위 ‘대한민국 부동산 1%’로 대변되는 2,000세대는 무려 51가구 이상을 쓸어담았다. 부동산 양극화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대목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돈줄 막히니’ 현금 부자만 시장거래 가능

이같은 부동산 양극화는 집값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했다. 

지난해 주택소유 가구를 공시가격 기준 주택 자산가액으로 나눈 결과, 10분위인 상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13억9,00만 원으로 1분위인 하위 10% 2,800만 원의 47배에 달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10분위 주택 자산가액이 전년에 비해 2억600만 원이나 뛸 때 1분위 집값은 100만 원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10분위는 평균 2.43호의 주택을 소유한 반면, 1분위는 0.97호로 집 한 채도 가지지 못했다. 

이런 상·하위 집값 격차는 ▲2016년 33.8배에서 ▲2017년 35.2배 ▲2018년 37.6배 ▲2019년 41배로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특히 세종시의 경우 주택 소재지가 아닌 외지인(타 시·도 거주자)이 소유한 주택 비중이 34%에 달했다. 세종 주택 3채 중 1채는 집주인이 지역민이 아닌 외지인이라는 의미다.

상·하위 간 거주하는 공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의 평균주택 면적은 상위 10%는 114.1㎡, 하위 10%의 경우 62.3㎡로 약 2배 차이였다. 

이같은 부동산 양극화 심화는 결국 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관리 강화 방안 발표와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이 맞물려 집값 상승폭은 줄어들고 거래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특히 대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자칫 서민들의 자금길을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결국 정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시장에 ‘현금 가진 사람만 집을 사라’는 자칫 왜곡되기 쉬운 시그널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진다. 실제 대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평균 10억 원에 달하는 집을 현금으로 사기란 대다수 국민들에게 불가능한 일임은 자명하다. 

집값 낮추기에만 혈안이 된 정부 정책이 이제는 양극화 해소 쪽으로 초점이 옮겨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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