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리모델링 시장 '폭풍' 성장세

최근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을 피해 트렌드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강한 규제를 받는 아파트에서 최근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오피스텔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비업계에서도 규제가 강한 재개발·재건축 대신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리모델링'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은 다른 법 적용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준공 연한 대상 및 시공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이미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서울 지역의 경우 마치 신축 주택과 같은 주거감과 '대단지 프리미엄' 특수 등을 노린 '통합 리모델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발표한 '부동산 뉴노멀' 리포트 분석 결과, 올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조 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2년 시작된 관련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로, 10년 뒤인 2030년에는 무려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런 성장세에 대형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신설해 대응하는 향후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일반 상업시설에 주로 적용돼왔으나, 최근에는 주거용 부동산이 리모델링 시장 전체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공급규제에 따른 신축 아파트 감소가 이 같은 리모델링 성장세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리모델링이란 기존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평수의 수평·수직 증축을 하는 개조사업을 의미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닌 주택법·건축법의 적용을 받아 임대주택 의무 비율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각종 재개발·재건축 규제에서 벗어난다는 강점이 있다.

아울러 준공 연한 대상 기간도 재건축은 30년인 반면, 리모델링은 15년으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안전진단등급도 재건축은 D등급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B~C 단계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최근 이런 강점을 앞세워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 강자로 군림해온 GS건설·삼성물산 등이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서며 업계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GS건설은 지난 7월 리모델링팀을 꾸려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를 토대로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서울 송파구 문정 건영과 마포구 밤섬 현대아파트 등 잇따라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우성 1차·2차 사업권을 따냈다. 

삼성물산도 지난 6월 주택사업 부문에 리모델링 사업 조직을 신설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권을 따냈으며, 지난달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 코오롱 아파트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정부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1기 신도시 등 노후단지들을 중심으로 적극 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리모델링 가능 여부에 대한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도 공원·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 시 리모델링 용적률을 최대 30%포인트까지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단지 프리미엄 특수…'통합' 리모델링까지

이런 가운데 최근 민간 시장을 중심으로 서울에서 대규모 단지 프리미엄 특수를 노린 이른바 '통합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우성 2·3차와 극동, 신동아4차 아파트 단지에 대한 통합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4개 단지로 구성된 이들 단지는 4,300가구 규모에 달한다. 

이외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소규모 단지인 반포한신타워(250가구)와 블루힐하우스(125가구), 잠원중앙하이츠(126가구), 킴스빌리지(160가구) 등 4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며,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 현대1·2·3·5·6차와 문래두산위브, 대원아파트 등 7개 단지가 지난 8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소규모 단지가 모여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우수한 '사업성'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단지일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사업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면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대다수 입지여건은 뛰어나지만 '나홀로 단지'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곳이다. 결국 통합 개발을 통해 아파트 가치를 높여 대단지 프리미엄 특수를 누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2030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값 폭등과 신규주택의 희소가치 증가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현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한 리모델링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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