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 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내년 대출규제까지…전세 사라지나

최근 대출규제 및 임대차3법 등 시행으로 전세시장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이들 상당수가 월세 또는 반전세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한 전셋값 하락세가 무색해지는 배경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급등으로 집주인 중 일부는 반전세·월세로 돌려 자신들의 세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기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부동산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심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만4,727건으로 전년 동기(11만3,853건) 대비 16.8% 줄었다. 특히 9월 6,815건, 지난달 7,458건을 기록하면서 예년에 비해 감소세가 확연해졌다. 

전세 계약 시점인 2년 전 2019년 9월 전세 거래량은 9,411건, 10월은 1만2,378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30% 수준 감소한 셈이다. 

이처럼 올해 ‘전세 절벽’ 지속으로 거래량이 줄어들자 가격상승 폭도 둔화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거래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12%에서 이번 주 0.11%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특히 서울  강북구의 경우 상승 폭이 지난주 0.13%에서 이주 0.05%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송파구도 전주 0.12%에서 0.06%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앞서 전세 시장은 지난해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등 규제정책 시행 이후 매물 자체가 사라졌다. 일부 계약이 만료된 집주인들은 신규 계약시 가격을 크게 높이면서 진입 장벽 역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2,907만 원으로 전년 동기(4억7,300만 원) 대비 33% 급등했다. 

이같이 최근 전세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자, 이 자리를 월세가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높아진 전셋값에 수요자들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 또는 아예 월세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39.9%로, 전년 동기(30.1%)에 대비 9.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월세 비중 자체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떠밀린’ 월세 수요 증가에 가격 역시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셋값은 지난달 기준 123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112만 원)보다 11만4,000원(10.2%) 올랐다. 월세 보증금도 같은 기간 1억2,154만 원에서 올해 2억418만 원으로 68% 급등했다. 

또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도 월세 거래 비중을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공식적으로는 가계부채 총량규제에 전세대출이 제외됐지만, 내년엔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 해석과 시장 양상 반대

이마저도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따른 일부 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 규제로 월세로 발길을 돌린 수요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일부 집주인들이 자신의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사실상 떠밀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조짐은 특히 온라인상에서 여과없이 나타난다.

부동산 관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종부세 전액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결과, 응답자 250여 명 가운데 무려 80%가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한 게시판 작성자는 “당장 내년 초 계약 만기인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것”이라며 “세금은 올라가는데 물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종부세로 인한 전월셋값 상승 우려에 대해 “과장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월세 가격상승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과장된 이야기”라며 “(세입자가) 이미 전·월세로 사는 집은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이 적용돼 가격을 올리는 건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전·월세값 인상을 고민하던 집주인들도 최근 종부세 금액을 확인한 뒤 올리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듯 보인다”며 “앞으로도 종부세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전세에서 반전세·월세로 돌려 정부가 바뀌기를 기대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이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임대차법 도입 2년째가 되는 내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매물들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재차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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