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집값 상승할 것" 기대심리 여전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한 축인 시장경제와 관련해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특히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특히 반영된다는 평가가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대한민국 사회 역시 이런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부동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는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발언한 "부동산 상황의 안정세"를 두고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게 역설적으로 이런 분석의 반증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가계빚 잔액이 '역대급'으로 나타난 가운데, 특히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속 가계부채 증가폭이 완화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 대다수는 이 같은 주담대 증가세는 여전한 집값 상승 등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가 깔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25번에 달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에도 여전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3분기 주담대 증가세는 뚜렷했다. 

올 3분기 주담대는 전분기 대비 20조8,000억 원 증가, 잔액은 969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6년 4분기 24조2,000억 원 증가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액수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78조7,000억 원이 늘어나면서 전 분기(75조2,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 역시 지난 2016년 1분기 79조3,000억 원 증가한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3분기 가계신용은 주담대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면서 "이는 올 들어 주택거래가 이어지면서 매매, 전세 수요가 지속된 영향으로, 기승인된 집단대출도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국 주택 매매·전세 거래량은 올해 3분기 각각 26만 호와 32만8,000호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도 6만6,000호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부문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부동산 관련 급증은 더욱 눈에 띄는 모양새다. 

실제 같은 기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증가세가 완화됐다. 기타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16조2,000억 원 늘어난 775조7,000억 원으로 전분기 증가액(23조8000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대변되는 이런 부동산 대출 집중 현상은 가계부채 폭증 속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기형적' 현상이 미래 세대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미래 세대이자 한국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한 MZ세대(1980~2004년 이후 출생자)는 자신들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부동산’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미래세대, 자산투자 최우선 가치 '부동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20~3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이들 MZ세대는 향후 자산증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36.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주식(32.4%) ▲가상자산(13.1%) ▲예·적금(8.0%) 순이었다. 

특히 기성세대에서 ‘예·적금’을 통한 자산증식이 한동안 '대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MZ세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 현재 상황은 이들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MZ세대의 경우 부동산보다는 주식·가상자산 등 새로운 투자 수단을 선호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이들에게도 부동산이 여전히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MZ세대가 '현재' 가장 많이 활용 중인 재테크 수단으로는 ▲예·적금(37.5%) ▲주식(33.0%) ▲가상자산(10.3%) ▲부동산(9.8%)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청년층 상당수가 현재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경제력 한계 등으로 부동산에 투자하지 못하지만, 미래 자산증식을 위한 최고 재테크 수단은 부동산으로 기대한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의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리는 사람 등에 대한 허탈감이 부동산 기대심리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불로소득'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고 있는 요즘, 청년층에게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국민들에게는 긍정적인 경제적 수익창출 모델을 제시해 부동산 투기로부터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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