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 기재위 소위 통과 (사진-연합뉴스)
양도세 완화, 기재위 소위 통과 (사진-연합뉴스)

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 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양도세 중과에 완화까지 불과 1년…대선 의식?

최근 정치권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데 합의한 데 이어 여당이 하루 만에 다주택자 완화 가능성도 검토키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의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키로 확정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이미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은 것을 감안해 양도세 완화를 통한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양도세 완화 조치를 통해 결국 시장 매물을 확대하겠다는 건데, 이미 금리인상 및 대출규제, 강화된 세 부담 등 요인으로 실제 체감률을 높이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를 천명한 7·10대책 발표 이전부터 부동산 보유세·거래세 동시 강화가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이를 수용하지 않은 정책이 번복되는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뒷북’·‘오락가락’ 대책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1일 국회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국회 본회의·공포 절차를 거쳐 12월 중순경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9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를 통해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대비 3억 원 올린 12억 원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1주택자가 실거래가 12억 원 이하 주택을 거래할 때는 앞으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정치권 움직임은 양도세 부과 대상인 ‘고가’ 주택의 기준이 지난 2008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KB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185만 원, 아파트는 12억3,729만 원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주택은 평균 매맷값이 10억6,735만 원, 아파트의 경우 14억7,325만 원에 이른다.

여당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완화 정책도 거론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보유세가 높아 다주택자가 주택을 털고 싶은데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있다”면서 “이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정책을 뒤집어 1주택자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1주택자의 ‘갈아타기’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도가 매물잠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현 시장 상황에 일정 수준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견해다.

현재 12억 원 수준의 주택 보유자들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탈 수 있는 유인이 커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억 원에 사들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를 5년 보유·거주한 1주택자가 20억 원에 판다면 현행 1억 원이 넘는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7,800만 원으로 3,000만 원 이상 감소한다. 

또한 다주택자들의 ‘매도 러시’ 없이는 시장 안정화는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올해 이들 상당수에게 2배 이상 오른 종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퇴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로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완화 카드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보유세·거래세 ‘동시 강화’ 문제 지적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정책은 크게 두 번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8·2대책을 통해 2주택자는 기존 대비 10%포인트, 3주택자 20%포인트 각각 중과하면서 다주택자 조이기에 들어갔다. 이후 작년 7·10대책에 따라 규제지역에서 2주택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 각각 중과한 바 있다. 

정부는 7·10 대책 발표 당시 다주택자들을 향해 “1년 내로 집을 안 팔면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실제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속출한 바 있다. 

결국 이번 양도세 완화 등 ‘정책 뒤집기’가 이런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형평성’ 문제가 재차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이제와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이미 정부 말을 들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보유세·거래세 동시 강화를 지적해온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나온다. 특히 국민에게 세 부담을 지우는 문제인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종부세 등 보유세를 강화해 매물을 유도한 뒤 양도세 등 거래세를 조이는 순서로 나아갔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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