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부동산 투자 관심·산업 영역 확장 등 요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디지털 전환 등 각종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새로운 수요층이 양산됨에 따라 비대면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활발해지며 '부동산의 디지털화' 흐름도 뚜렷해졌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채널과 빅데이터 분석, VR(가상현실) 등 하이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부동산 서비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불과 3년 사이 프롭테크 관련 업체 수는 10배 이상 급증했다. 프롭테크포럼 가입사 기준 관련 사업장은 2018년 26곳에서 지난달 기준 284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 추이도 비슷해 글로벌 프롭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 2016년 18억 달러에서 2019년 90억 달러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프롭테크 업체 수가 급증한 이유로 최근 부쩍 높아진 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으로 쏠린 점, 1인 방송·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통방식 변화에 따른 ‘매매·자문’ 등 부동산 산업의 영역 확장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 프롭테크의 주요 서비스를 보면 ▲부동산 거래 플랫폼 ▲공유 서비스 ▲데이터 서비스 ▲자산 관리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지만, 최근 인테리어·리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롭테크 기업들도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롭테크의 대표적 서비스로 부상한 '부동산 거래 플랫폼'의 경우 부동산 정보나 시장 분석을 통해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매물을 중개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요자 관심을 받고 있다. 직방·다방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공유 서비스는 셰어 하우스나 공유 오피스, 캡슐 호텔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을 활용·제공하는 서비스로 '위워크' 등 관련 기업이 있다. 

이어 데이터 서비스는 부동산 실거래, 건축물대장, 경매, 지역별 통계 등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한다. 관련 기업으로 '호갱노노', '밸류맵'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 관리는 효율적 매도 방법, 주거·생활 편의 서비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운영 등을 맡고 있으며 '쏘시오리빙' 등 기업이 존재한다. 

그동안 부동산은 법·제도적 측면과 지역 문화, 관습, 관행 등 문제가 맞물려 일반인이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대표적 분야로 꼽혀왔다. 
 
그러나 프롭테크의 영역 확장으로 부동산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일반인들에게 부동산 정보로의 접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누구든지 손쉽게 부동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하는 등 사회적 효용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에 정부는 주로 민간에 광범위하게 퍼진 프롭테크 산업을 제도권 내로 흡수,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롭테크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신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방안에 따르면 프롭테크 서비스 창업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기로 했다.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양질의 부동산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도시계획 정보나 건축물대장, 업무용 실거래가 정보뿐만 아니라 아직 개방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 식별 정보와 공장·창고·운수시설 실거래가 정보 등도 점진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부동산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민간을 포함한 공공 등 다양한 기관에서 생산하는 주택·토지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간이 수집한 부동산 정보를 매매할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를 신설해 데이터 유통을 지원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개념도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 플랫폼 개념도 (사진=연합뉴스)

자문·매매·분양대행 법정화 등 정부 관심↑ 
아울러 사용률이 저조한 부동산 전자계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계약, 이주 대책, 대토 보상 등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계약부터 전자계약 의무화를 추진한다. 전자계약이 의무화되면 부동산 계약 관련 정보를 즉각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다.

프롭테크 창업 지원을 위해 '프롭테크 빌리지' 조성에도 나선다. 현재 서울 서초동 한국부동산원 강남 사옥에 100㎡ 규모로 운영하는 프롭테크 기업 전용 사무공간을 308㎡로 확대하는 한편, 경기 성남 판교2밸리와 부동산원 부산 동부 사옥에도 관련 업무 공간을 꾸린다. 

부동산 자문업·매매업·분양대행업 등 3개 업종을 법정화한다. 이 분야 통계를 세밀하게 생산해 향후 정부 정책에도 활용키로 했다. 

그간 프롭테크 산업 활성화로 기존 산업계와의 충돌이 우려됨에 따라,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업계·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를 조성한다. 협의체에선 기술 변화와 시장 전망 등을 공유하고 상생 방안을 논의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선 프롭테크 활성화가 기존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등 업권과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편의성 증진을 위한 '부동산 디지털화' 노력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으로 읽히는 만큼, 정책 조정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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