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 떨어질 줄 모르는 강남 아파트 가격 (사진=연합뉴스)

 

중대형 아파트 '똘똘한 한 채' 몰려
정부의 최근 강한 대출규제 및 금리인상 등 여파로 전국 부동산 가격이 '조정'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북-강남권의 양극화 조짐이 심화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매·임대 거래량 건수는 줄면서도 보유세 인상 기조와 맞물리며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남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대표되는 강북에선 오히려 하락거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 같은 '양극화 심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강남권에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최근 '국민주택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0㎡대에서 30억 원대 신고가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잠실주공5단지 82㎡가 지난 10월 31억3,1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동일한 면적의 물건이 최저 24억1,35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7억7,150만 원 오른 셈이다. 

또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대치 아이파크 전용 149㎡는 5년 전 18억9,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0월 46억 원으로, 27억 원(143.4%)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58㎡의 경우 동기간 11억9,000만 원에서 28억4,000만 원으로 16억5,000만 원(138.7%) 상승했다.

또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최근 전용 84㎡가 신고가인 45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15일 28억2,000만 원에 매매되면서 강남 신고가 경신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불장'을 이뤘던 강북권 집값이 최근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강남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둘째 주(0.40%) 이후 두 달 넘게 오름폭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강북구(0.01%)와 관악구(0.01%), 동대문구(0.02%)와 금천구(0.04%) 등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둔화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114㎡는 지난달 초 8억9,9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직전인 지난 9월에는 9억8,5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그동안 서울에서 집값 상승세가 가장 확연한 지역 중 하나인 노원구도 동기간 상승률이 0.07%까지 내려오는 등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59㎡는 지난 2월 9억 원에 매매됐으나, 5월 8억 원, 지난달 7억6,000만 원으로 내렸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 역시 9월 9억4,000만 원에서 한 달 만에 8,000만 원 떨어진 8억6,000만 원에 새 주인을 맞기도 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초구는 일주일 새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0.37% 올랐다. 세 달 전인 9월 둘째 주(0.42%)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반면 노원구(0.65→0.01%)와 은평구(0.62→0.16%), 강서구(0.65→0.15%) 등에선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 

이같은 강북권 둔화 추이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강남권 아파트는 10억 원 중반대 매매가격이 형성됨에 따라 대출이 아예 불가능해 '현금 부자'만의 장터였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은 강남권 고가 '대형' 아파트값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종부세·양도세 강화 등과 맞물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한 세금 강화로 서울 핵심 입지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늘면서 이 지역 대형 아파트 가격은 4년 새 10억 원 이상 뛴 것으로 조사됐다.

▲ 서울 중랑구의 주거지역 (사진=연합뉴스)

강북권 일부, 3개월 새 1억원 떨어져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은 과거부터 오랜 기간 강하게 대출 규제를 받아왔던 터라 이제 더이상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당분간 아파트 매물 부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에 따른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주택 거래 축소와 상승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서울 강남이나 용산 등 초고가 주택은 여전히 매도자 우위 시장을 형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가 주택은 2019년 대출이 금지된 데 이어 세금 관련 규제도 지속되고 있어 최근 이슈는 리스크로 다가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적은 거래량 가운데서도 신고가로 계약이 체결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향후에도 양극화 심화 여지는 남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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