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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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 이른바 '한국형 위드코로나'가 지난달 시행된 지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다. 이미 예상된 결과다. 

방역당국 역시 당초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확산 속도 및 규모다. 정부는 하루 7,000명을 넘나들 정도로 빠른 속도의 확산이 이뤄질 것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전문가 사이에선 위드코로나 시행을 두고 한 쪽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찬성을, 또 다른 한편에선 '시기상조'라는 근거로 반대 의견을 각각 제기했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후자 의견이 맞아 보인다.

연일 최다치 경신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위중증·사망자 관리가 최근 방역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미 우리의 의료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 일각에선 위드코로나 시행을 두고 소상공인 등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성급히 밀어붙였다는 정부 책임론이 일고 있다.

연일 수천명씩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더욱 악화된 코로나19 상황에 정부는 최근 '백신패스 도입'을 선언했다. 사실상 미접종자를 배제한 채 코로나19 백신접종자만을 각종 다중이용시설에 출입시키겠다는 얘기다. 

갖가지 이유로 미접종자들의 불만은 당연히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가 마치 방역 책임을 자영업자나 청소년을 비롯한 미접종자에게 돌리는 듯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백신패스 위반 시 이용자는 물론 해당업소에도 처벌이 부과된다. 결국 책임이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여전히 백신접종 사실여부를 체크하는 시설·인원 등이 크게 부족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백신패스 위반 과태료를 왜 위반한 사람이 아닌 자영업자에게 부과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백신패스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왜 백신패스를 알면서도 지키지 않은 사람은 10만 원 과태료면서 자영업자는 150~300만 원 과태료에 영업정지까지 당해야 하냐"며 "일일이 하나하나 확인해도 (손님이) 맘먹고 들어오려 하면 막기 어렵다. 백신패스를 공지하고 게시했는데도 어기고 들어온 장본인보다 왜 선량하게 먹고살아보겠다고 죽도록 일하는 소상공인한테만 과도한 처벌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고려치 않고 정부가 자신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년 2월부터는 만 12~18세 청소년들에게도 백신패스제가 도입된다. 여전히 학생·학부모들의 반대 의견이 높은 상태다. 이미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학력 격차가 심화된 상황에서 백신패스 도입은 자칫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우려에도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다만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번 감염병 사태에 정부 곤혹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고육지책' 차원의 백신패스 시행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다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그 어떤 정책이라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시행 중인 백신패스의 문제점은 국민 소통 부족으로 보인다. 정책의 관심은 미접종자에게 '패널티'를 주고, 이로 인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성인 접종률 90%를 넘긴 상황에서 나머지 10%마저 강제로라도 접종 받게 하는 것으로 오해의 여지를 남기게 됐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K-방역의 성공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유한 우리 국민들이 이뤄낸 결과다. 당혹스러운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높아진 시민의식만큼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 역시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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