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글로벌 주요국 인상 조짐…선제조치 분석

올해 오랜 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상황에서 이른바 '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의미의 신조어)' 열풍이 몰아친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과 금융기조 변화에 따라 이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책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가들이 내년 금리인상을 본격화하고 있어 우리나라 역시 추가 인상이 유력시된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이미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00%로 올린 데 이어 조만간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르면 내달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앞으로 한은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은은 앞서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과 최근 거세진 물가상승 압력 등을 꼽은 바 있다. 특히 미 연준의 내년 최소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선제적 대처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임박한 관련시장에선 벌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지표 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1월 기준 1.55%로 한 달 새 0.26%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6월부터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선 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1.60%)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미 '초저금리' 시대는 종료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관련 대출자들의 비명 소리는 커지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주택을 거주지가 아닌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널리 퍼지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부동산을 사들이는 이른바 '영끌' 현상이 짙어진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수주째 전국 집값 오름세가 확연히 꺾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여기저기 제기된다. 특히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억대 하락까지 나타난 가운데 급매물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 초 '영끌'을 이끌었던 30대 연령층에서 올해 부채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통계청이 최근 공동 발표한 '2021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가구주 부채는 평균 1억1,190만 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1억82만 원에서 11.0%나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가구 전체 평균 부채 증가율이 6.6%인 것을 고려하면 약 두 배에 달한다. 실제 30대의 부채 구성 비중에서 '금융부채'가 최대폭(1.41%)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며, 부동산 매매·투자 등을 위한 '영끌'이 실제 폭발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 금리인상·대출규제 유지 기조

앞서 정부는 '영끌' 등 시장 기현상에 대해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금융수장들과의 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 경우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할 것"이라며 '능력 내 대출'을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 등으로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공통 인식하에 관리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 발표 배경에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가계신용' 기준 올해 2분기 1,805조9,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전년 대비 168조6,000억 원(10.3%)이나 불어난 셈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제시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연 5~6%)보다 두 배나 빠른 증가세로,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대상 대출규제 완화에 '영끌'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자 광풍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정부의 이 같은 '대출 옥죄기' 정책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30대를 비롯한 '영끌'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다. 주담대 차주의 80% 이상이 변동금리인 데다 신용대출로 이른바 '영끌'에 나선 투자자들에겐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8월 3억 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에 4%로 빌린 차주는 월 143만 원을 부담하면 됐지만, 금리인상으로 6%에 달할 경우 이 금리로 빌린 차주는 월 18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불과 3~4개월 새 이자 부담이 월 30만 원이나 차이가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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