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현실화 비율 등 근본적 요인 건드려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국 토지·주택 공시가격이 10% 이상 치솟았다. 이처럼 2년 연속 10%대로 급등한 것은 지난 2006~2007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확' 올라설 전망이다. 이런 공시가 급등은 사실상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 가속화 영향이 겹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내년 3월까지 1인 1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한 감세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실화 비율 등 근본적 인상 요인은 그대로 둔 채 한시적 ‘땜질 처방’에 그치면서 되레 조세 저항과 시장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선 한꺼번에 과도하게 오른 세 부담을 우려해 이른바 ‘공시가 정상화’란 정부 방침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대비 10.16% 오르게 된다. 

‘표준지 공시지가’란 전국 토지 3,459만 필지 중 샘플로 추출해낸 54만 필지에 대한 가격으로, 이는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지역별로 ▲서울 11.21% ▲세종 10.76% ▲대구 10.56% ▲부산 10.40% 등 순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표준 단독주택'(이하 표준주택) 24만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7.36%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폭은 올해(10.35%) 대비 0.19%포인트(p) 낮아졌음에도 2년 연속 10%대의 고상승률을 보였다. 표준주택 공시가는 올해(6.80%)보다 0.56%p 커진 상황이다. 

표준주택 공시가는 지역별로 ▲서울 10.56%로 가장 많이 상승한 가운데 ▲부산 8.96% ▲제주 8.15% ▲대구 7.53% 순이었다. 특히 서울 자치구 중에선 ▲마포구 12.68% ▲서초구 12.33% ▲강남구 12.2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공시지가가 2년 연속 고공 상승한 배경으로 전국 땅값·집값 급등이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지가 상승률은 3.47%로, 지난해 전체 상승률인 3.68%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개한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 비율을 71.4%로 적용해 올해(68.4%)보다 무려 3.0%p나 올렸다. 로드맵에 따르면 공시지가 현실화 비율은 매년 높아져 토지는 2028년,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의 경우 2035년까지 90%로 올라간다.

표준지 공시지가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른 데다 올해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보다 더 뛰면서 내년 3월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시 20~30% 수준의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토지·주택·상가 등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개발부담금 등 무려 60여 가지 항목과 관련된 공시지가가 급등할 경우 이들 부동산 보유 가구의 각종 세금 부담은 불가피하게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보유세 부담 완화책 검토에 착수했다. ‘보유세 부담 가중’ 등 충분히 예견될 만한 사안임에도 미처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정부의 뒷북행정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 주는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보유세 계산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거나 보유세 증가율 상한을 낮추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꺼번에 오른 세부담, 경제위축 우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검토 중인 '사실상' 보유세 폭탄 1년 연기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화율 자체'에 대한 근본적 검토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세금인상 주요 원인인 공시지가 상승을 그대로 둔 채 내년 보유세 인상을 유예하는 것은 땜질식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1년 유예만으로 내후년 2년 치 누적된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세금 폭탄’까지 우려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 당정의 보유세 부담 완화책에 다주택자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들 다주택자가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주택 보유자의 조세 저항 심화 및 이에 따른 시장 혼란 가중 가능성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더욱 심화된 논의 등 현 시점 부동산 개혁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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