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자식 없이는 은행도 맘 편히 못 가겠다.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서울 거주 70대 여성), "햄버거 하나 먹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이 기계는 무엇이냐?"(부천 거주 60대 남성), "방역패스란 말은 들어봤는데, 식당 가니 QR코드를 찍으란 말만 반복될 뿐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서울 거주 60대 여성)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 첨단기술을 앞세운 '일상 속 디지털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백화점 등에 놓인 키오스크(무인 정보전달 단말기)가 이제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정착은 이 같은 '일상 속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얼마 전 은행을 찾은 기자는 다소 생경한 장면을 목격했다. ATM이나 키오스크 등 기계를 통한 업무에는 젊은이들이, 은행 대면 창구에는 어르신들이 확연히 두 부류로 쪼개져 자신의 일을 보고 있던 것이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으로 할 때, 50대는 99.2%, 60대 78.8%에 달했으나 70대 이상은 38.8%로 크게 떨어졌다. 또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선 70세 이상 소비자 전원이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실패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빚어진 이런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사안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논의를 늦춰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방역패스 시행'에서도 여실히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 생명이 달린 엄중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백신만이 살 길"이라며 접종률 제고를 위해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방역패스란 백신 접종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방역정책도 이제는 '디지털화' 된 것이다.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은 기존 일부 고위험시설에서 최근 식당·카페는 물론, 학원, PC방 등 총 16개 시설로 대폭 확대됐다. 동시에 백신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안심콜과 수기 명부 등 기존 방역 확인 절차는 폐지됐다.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은 갈 길을 잃었다는 한숨이 나온다. 어떤 매장이든지 현실적으로 방역패스 확인은 대부분 'QR코드(전자출입명부)' 인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 상당수는 'QR코드'라는 어휘 자체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한다. 따라서 방역패스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QR코드 발급·확인인지 등등 정부가 내건 방역정책 디지털화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방역패스 확대는 식당·카페 등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시설까지 확대 적용됐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정책에서 배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앞서 전자출입명부의 작성을 위한 QR코드 도입 당시부터 거론됐던 문제점이 이번에도 되풀이된 셈이다.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 확대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정작 이용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추진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제가 아닌 '포용' 중심으로 정부 정책은 물론, 기업·사회가 더욱 세밀하게 변화를 이끌어나가야겠다는 희망 섞인 아쉬움이 큰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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