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 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올해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 양산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는 평가다. 다만 상반기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하반기로 가며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장 크게 회자(膾炙)된 이슈들을 정리해본다.

끝없는 집값 상승…거래량은 줄어

먼저 올해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줄었음에도 매매·전세가격 모두 고공행진을 하는 등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다. 

부동산포털 직방에 따르면 10월 기준(신고일 집계기준) 아파트 매매거래는 59만7,557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73만8,391건) 대비 19% 줄었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6일 기준)의 전국 아파트가격은 매매가격 13.01%, 전세가격 8.91% 각각 오르면서 전년 동기(매매 6.12%, 전세 6.6%)보다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이는 약 3,512조 원(9월 기준)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자금(M2)과 저금리, MZ세대의 매입시장 유입, 3기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GTX 노선 등) 개선 예정지 인근 중저가 매입수요 집증 등 영향으로 경기·인천·대전 등지의 매매가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이 맞물리며 주택 매수심리가 다소 위축됐다. 10월 들어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매매가 상승세 둔화 및 거래 소강상태가 뚜렷한 상황이다. 

전세시장의 경우 지난해 도입한 주택임대차 갱신권 및 임대료 상한제(연 5%)의 본격 시행으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이 이중(다중)가격을 형성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거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가격 불안이 지속됐다.

올해엔 보유세·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1월 1일부터 종합부동산세의 세율 인상과 고령 공제율 상향, 세 부담 상한변경 등이 줄을 이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전국 94만7,000명으로, 이는 지난해보다 28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세액은 5조7,000억 원으로 이 역시 작년 대비 3조9,000억 원 증가했다. 

양도소득세도 최고세율이 기존 42%에서 45%로 인상됐다.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서 최고세율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또 다주택자가 1세대 1주택자가 됐을 경우 비과세 보유기간을 산정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다른 주택을 모두 팔아 1주택자가 됐다면 그날로부터 2년간 보유기간을 산정하게 됐다. 

보유세·양도세의 산정 기준이 되는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대폭(약 19%) 올랐다. 정부는 높아진 조세 저항을 의식해 1세대 1주택자로 제한해 3년간 한시적으로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 재산세 세율을 0.05%p 내리는 내용의 특례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는 3기신도시를 기점으로 사전청약이 본격화됐다.

사전청약제도는 공공택지 등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시기를 조기화(약 1~2년)하는 제도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차수별(7·10·11·12월)로 여러 단지를 묶어 일괄 공고하고, 주택규모·면적, 세대 수, 추정 분양가, 개략 도면, 본 청약시기 등 정보를 제공한다. 연내 약 3만2,000여 호 중 7월 4,333호, 10월 1만102호, 11월 4,167호가 이미 분양됐으며, 12월 약 1만3,600호 공급이 임박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무주택 30대를 중심으로 사전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공공분양물량을 대상으로 한 6만2,000호(2021~2022년)의 사전청약 실행 방침을 향후 민간분양과 2·4대책 사업까지 넓혀 물량 10만 호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세금 폭탄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올해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증여거래를 활발히 이어갔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건수는 11만7,607건으로 전체 주택거래량 중 8.3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6년 주택 실거래 통계 집계 이래 최대 비중이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등 강한 규제로 부담은 커졌으나 여전히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주택 증여거래 비중(12.1%)이 전국 평균(8.35%)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투기 중심 LH…국민 공분↑

올해에는 특히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국민 공분이 크게 들끓었다. 

특히 민관을 망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LH 임직원이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 중 하나인 광명·시흥지구에서 사전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투기를 벌였다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LH 등 개발업무 관계자의 재산등록이 의무화됐고, 정부는 조직 슬림화·내부 통제장치 구축을 주요 골자로 한 LH 혁신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학계·시민단체 전문가 사이에서 조직개편의 실효성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여전히 LH 혁신 방안은 수개월째 표류 중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수년째 건설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해당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매몰됐으며, 결국 9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은 부동산 관련 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올해 부동산 혼란이 내년, 내후년 시장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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