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최대 변수 '대선'…"집주인 일단 버틸 것"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최근 부동산시장이 관망세를 이어가며 일부 지역에선 가격 하락이 나타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시장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하락세가 점차 나타나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시장에선 '일시적 현상'으로 지적하면서 대선 전까지는 다주택자들의 '눈치보기'가 지속될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하락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아파트 매수 심리가 날로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수급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이주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8개 도의 매매수급지수가 99.9를 기록하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수급지수란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까지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그 미만이면 현재 시장에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처럼 지방 8개 도 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9일(98.9) 이후 1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이주 매매지수가 100 이상이라 해도 경남(100.4)·충남(101.7)·강원(102.4)의 경우 전주 대비 떨어졌다는 점에서 하락세가 눈에 띈다. 특히 아파트값 보합세로 돌아선 전남(91.9)·경북(99.4)·충북(98.3) 지역도 지난주보다 하락했다. 

수도권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수급지수가 92.8까지 떨어지며 92.6을 찍었던 2019년 9월 9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은 8주 연속 매수자 대비 매도자가 많은 ‘공급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는 93.2, 지방 5대 광역시 94.4로 각각 지난주 대비 하락세를 타는 등 전국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95.6으로 5주 연속 기준선 아래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의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안정화 단계의 조짐으로 보고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의 '쐐기'를 박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5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의 주택시장 동향에 대해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시장에서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로 공급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매년 주택 56만 채 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정부 낙관론'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안정에 결정적인 신규 입주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가 집계하는 물량에는 공공임대가 포함되는 등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공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 시장 안정도 정부의 금융규제와 대선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크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가뭄에 콩 나듯 '급매물' 거래 몇몇 사례로 전반적인 집값 하락 조짐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물량 가운데 서울 아파트는 3만6,000채로 지난해(4만2,000채) 대비 14.3% 감소했다. 이는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인 3만7,000채보다 적다. 

지난해 1~11월 기간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3만8,800채로 2020년(5만6,784채) 대비 1만8,000채나 대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준공 물량도 19만3,510채에서 15만44,26채로, 전국은 37만3,220채에서 26만7,095채로 각각 20.1%와 28.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기존 공급 대안 중 하나였던 다주택자의 집 매도 역시 정부의 양도세 중과 조치로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평가다. 다주택자 사이에선 '양도세 완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절대 집을 팔지 않겠다'는 반응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양도세의 한시적 완화' 주장이 최근 업계에서 힘을 받고 있는 이유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강화되면서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로 실제 매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 차라리 가족 등을 향한 '증여'를 택하고 있다. 부동산원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서울 아파트 증여건수는 531건에 달했다. 지난해 9월 449건, 10월 503건에 이어 꾸준한 증가세다. 

결국 주택 보유자들은 부동산 정책이 일거에 좌우될 3월 대선 때까지는 우선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집값 하락을 통한 시장 안정화'라는 공통된 목표에도 정부와 민간 간 바라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조금 더 나은 대안을 위해 양자 사이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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