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서울 집값 폭등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이 이른바 '탈서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약 16만 명이 '서울살이'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상황은 '주거비 부담 급증'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5년간 서울 집값 109% 상승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1년 국내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을 떠난 시민은 15만9,007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최다로, 지난 2020년 3월부터 21개월 연속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탈서울' 현상은 기타 지역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부산이 4만1,566명으로 2위를 기록했는데, 서울 대비 4배 적은 수준이다. 이어 ▲대구 3만2,934명 ▲경남 2만6,033명 ▲전남 1만8,746명 ▲전북 1만7,249명 ▲울산 1만4,425명 ▲경북 1만2,813명 ▲대전 1만1,631명 등 순으로 인구가 줄었다. 

이렇게 빠져나간 인구는 특히 '경기' 지역으로 집중되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경기도로 13만8,436명 인구가 유입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는 서울 이탈 인구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 ▲세종 1만6,064명 ▲인천 5,547명 ▲제주 2,124명 등 순이었다. 

'탈서울' 심화의 근본적 원인으로 '집값 폭등'이 지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부 5년간 서울 30평짜리 아파트값은 무려 평균 6억7,000만 원(109%)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3.3㎡) 2,061만 원 수준이었으나, 4년 6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11월 기준 4,309만 원으로 109% 뛰었다. 30평 아파트로 환산하면 이전 6억2,000만 원에 불과하던 게 12억9,000만 원에 달하게 된 셈이다. 

"서울 떠나 경기도로"…인구 '풍선효과'
이런 경향은 최근 서울과 지방 부동산 간 양극화 심화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국민은행 자료 분석 결과, 서울과 지방 5대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차이는 지난 2017년 5월 3억4,508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8억5,277만 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불과 4년 반 새 5억 원 이상 차이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정부의 다주택자 보유세·거래세 규제 강화 등으로, 이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집값의 전반적인 하락세에도 '강남 불패'로 표현되는 강남권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2030세대 청년층의 서울 이탈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울에는 '고령화'란 숙제가, 청년층에겐 돈이 없어 결국 밀려났다는 '박탈감'만이 각각 남게 된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탈서울 인구는 341만4,397명, 이중 2030세대의 비중은 전체의 46.0%에 달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24.1% 최다를 보였으며, 이어 20대(22.0%)와 40대(14.1%), 50대(11.8%) 등 순이었다.

그럼에도 서울 거주를 희망하는 청년층의 호소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한 커뮤니티에 20대 사회초년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은 "요즘 들어 서울을 떠나는 또래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결국 한국 사회는 부익부빈익빈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풍부한 인프라를 맘껏 누리며 호의호식하고, 가난한 서민들은 평생 뼈빠지게 일해도 서울에서 집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서 강제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가격 보합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 흐름을 근거로 서울 집값 하락을 자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매매시장의 경우 특히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됐다"며 "(최근 이뤄지는) 실거래 절반이 직전 대비 보합·하락세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낙관론에도 시장 반응은 회의적인 상황이다. 장기간 이어졌던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극히 일부지역의 몇몇 집값 하락 사례만으로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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