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 한국 경제의 불평등·불균형·불공정을 심화하는 가장 큰 문제를 묻는다면 ‘부동산’을 꼬집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압도적 비중일 듯 싶다. 역대 정부 모두 이런 문제 인식에 공감하고 저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언했으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치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할 만큼 패색이 짙어졌음에도 여전히 강한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이코노미>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꼬마빌딩 열풍’ 올해도 지속 전망

시중에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물주’ 등 표현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순간부터 통용될 만큼 건물 소유에 대한 국민 관심이 증폭된 가운데, 최근 ‘꼬마 빌딩’으로 대변되는 중소형 빌딩 거래량이 급증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등 악재에도 ‘꼬마 빌딩’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 규제 등으로 갈 곳 잃은 대규모 유동자금이 해당 시장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토지·건물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기간 연면적 기준 330㎡ 이하 업무·상업시설, 이른바 ‘꼬마 빌딩’ 거래는 누적 1,61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480건) 대비 100건 이상 늘어난 셈으로, 동기간 서울 전체 빌딩 거래(3,466건)의 절반에 달한다. 

‘꼬마 빌딩’이란 비공식 용어로, 부동산 관련법 상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다만 시장에선 ‘꼬마 빌딩’ 등장 초기 ‘연면적 1,000㎡ 미만, 5층 이하, 매매금액 50억 원 이하’를 가리켰으나, 최근 100㎡~3,000㎡, 매매금액 200억 원 이하까지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꼬마 빌딩 거래량이 늘면서 자연스레 3.3㎡당 단가도 뛰었다. 꼬마 빌딩의 3.3㎡당 거래가격은 지난해 6,540만 원으로, 전년(5,700만 원) 대비 14.7% 올랐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척도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연면적 1000㎡ 미만 꼬마 빌딩의 연도별 평균 평단가(3.3㎡)는 지난 2008년 4,171만 원에서 2017년 5,756만 원으로 10년 새 약 38% 급등했다. 

이는 연평균 3.8% 오른 셈으로, 상대적인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 폭증으로 지난해 처음 3.3㎡당 1억 원을 돌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6배나 급상승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강남 대형 아파트값이 5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비슷한 가격에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이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꼬마 빌딩’ 거래에서 50억 원 미만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부동산분석 플랫폼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매금액 1,000억 원 미만 빌딩 거래량은 273건으로, 금액대별로 보면 50억 원 미만이 114건으로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거래 비중의 41.8%에 달한다. 

갈 곳 잃은 유동자금 상승에 새 투자처 지목도

이같은 꼬마 빌딩 ‘열풍’은 경매시장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작년 1~11월 기간 서울에서 경매를 통해 낙찰된 60억 원 미만 중소형 빌딩의 평균 낙찰가율은 120%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꼬마 빌딩에 대한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 2019년 97.1%, 2020년 99.2%로 감정가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작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면적 536㎡ 규모의 한 빌딩 입찰에는 무려 120명이 몰리면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감정가 52억1,900만 원의 2배 수준인 102억5,100만 원에 낙찰, 196.4%에 달하는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장기간 옥죄면서 여기서 이탈한 유동자금이 대거 꼬마 빌딩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규모 시중자금이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꼬마 빌딩’에 대한 관심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꼬마 빌딩은 대출규제 및 세금중과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다. 상가·빌딩은 주택과 달리 건물분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토지분 종합부동산세도 80억 원 초과 건물에만 부과된다. 꼬마 빌딩의 경우 대부분 여기서 배제된다. 

게다가 건물을 여러 개 보유해도 중과세 부과 걱정이 없다. 또 빌딩 구매를 위한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와 별도로 관리된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크다. 

다만 저조한 수익률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꼬마 빌딩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서울 강남권 연 2~3%대, 서울 강북권 연 3~4%대, 기타 수도권 연 3.5~4.5%대, 지방권 연 4~5%대로 추정됐다. 

일부는 은행권 대출 이자율보다 낮은 셈이다. 당시 5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 수준으로 금리인상에 따라 올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꼬마 빌딩의 저조한 수익률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공실 사태, 느린 임대료 상승 속도 등이 꼽힌다. 결국 꼬마 빌딩 매입을 위해선 꼼꼼한 수익률 등 철저한 계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저조한 수익률에도 막대한 중개수수료만 내고 골칫덩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 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