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원광대학교 도시공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에 도래로 도시 환경에 IT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 도시’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지역이 주목하는 스마트 도시 개발은 어떠한 기술을 접목하여 도시의 모습을 어떠한 모습으로 바꿀 것인지가 주요한 쟁점이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을 위한 스마트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구축하는 기술의 개발이 아닌 모두에게 유용한 도시를 위해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방향 모색이 최우선이다. 이에 원광대학교 도시공학부 최성진 교수는 민주적인 도시 커뮤니티 계획과 스마트 도시 개발을 연구하며 두 연구 분야의 결합으로 탄생할 새로운 ‘실험도시’를 꿈꾸고 있다.

새로운 도시의 표준, ‘스마트 도시’

스마트 도시 연구는 주로 자동화 시스템, 자동 화재 경보 시스템 등 기술적 측면에서 시민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 교수는 더 나아가 도시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집중해 정보 교류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다. 현재 최 교수가 시도하고자 하는 연구는 블록체인을 통한 정보 관리다. 작금의 정보 시스템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일한 서비스를 받으며, 이러한 정보 교류를 전반적으로 정부가 통제하는 구조다. 이에 최 교수는 블록체인으로 하나의 허브를 만들어 정보제공자와 정보수령자의 직접적인 1대 1 관계를 형성해 각각 원하는 만큼 정보 교류가 가능한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보안을 공고히 유지하고 개인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외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이처럼 기업과 같은 정보수령자와 정부의 역할이 좀 더 명확해지고 자유와 통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맞춰지면 서비스의 다양성과 정보 보안의 질적 수준, 그리고 기술 운용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최 교수의 의견이다.

“블록체인으로 정보 교류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 혁신적인 기술이 도시에서 원활하게 실현되고, 커뮤니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폭이 넓어지므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식의 도시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개인 정보의 보호’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한 정보 교류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정보 교류 방식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학자로서 융복합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선의 이론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도시 기초는 유럽 국가를 표준으로 한다. 따라서 설립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적었지만, 선도적인 도시 개발 문화를 조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최 교수는 “스마트 도시는 단순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도시의 표준을 세우는 일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러한 관점에서 저는 정보 교류와 커뮤니티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도시 표준을 계획해보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도시, 즉 새로운 시대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실험 단계에 불과하므로 현재 스마트 도시라고 말하는 새로운 도시의 양상은 국가, 지역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에 앤서니 타운센드라는 학자가 도시의 변화를 규정하기 위해 제시한 용어가 ‘실험 도시’입니다. 현재는 스마트 기술을 제각각 접목하는 시도가 있을 뿐 스마트 도시의 표준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도시 개발에 있어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추려면 많은 지역에서 실험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시도가 수용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방 도시의 가능성

최 교수가 그리는 스마트 도시는 지방 도시의 가능성을 넓히는 역할도 포함된다. 최 교수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과 원광대가 위치한 익산시를 대상으로 스마트 도시 실행 방안을 토론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의 대학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교육 기관으로서, 혹은 산업체 간의 연합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연구와 실험‧생산의 주체로서 지역 개발과 함께 성장하는 역할 또한 지방 대학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방쇠퇴가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어쩌면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변혁의 중심이 될 기회로도 볼 수 있습니다. 비워진다는 것은 오히려 가능성이 늘어나고 새로운 시도와 기술이 받아들여지기 좋은 조건이거든요. 또한 연령층이 높아지는 것에 우려가 높지만, 장년층은 노동‧부양 등 책임에서 자유로우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험에 적극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커뮤니티일지라도 전체적인 주민의 참여, 그리고 특히나 사회적 약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스마트 도시와 같은 혁신적인 도시 모델이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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