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옥란 작가

기술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문명의 고도화는 인간에게 편리한 도구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능력을 향상시켜 ‘포스트휴먼’, 즉 인간과 기계, 기술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인간상, 신인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역사의 흐름을 이끈다. 포스트휴먼은 과학기술‧유전공학과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의 인간이 가진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부수고 초월적 존재로써 새롭게 진화할 인간을 정의한 것이다. 기옥란 작가는 2010년 트랜스휴먼에 주목한 이래로 이와 관련하여 ‘네오노마드(neo nomad, 신유목민)’이라는 주제와 결합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기옥란 작가의 작품세계를 피플투데이 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인간 존재 의미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 ‘트랜스휴먼’

기옥란 작가의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의 모습을 예술로 표현하며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로운 세상을 구현해 낸다. 기 작가는 기 작가만의 독특한 디지털 조형언어를 통해 4D(DNA, Digital, Design, Divinity)와 3F(Feeling, Female, Fiction)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인류 간의 소통과 화해를 통한 평화를 구축한다.

기옥란 작가가 말하는 트랜스휴먼이란 ‘새로운 미래 시대와 함께 요구되는 아름답고 시적인, 바람직한 인간상’이다. 이러한 트랜스휴먼에 입각해 인간 본질을 재탐구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기 작가의 예술 활동이다.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은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급속히 변화하는 우리 삶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다”라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체들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트랜스휴먼의 고찰을 새로운 과제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옥란 작가의 또 다른 테마인 ‘네오노마드’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유랑하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온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다. 아날로그적 사고가 주류였던 전과 달리 디지털 혁명시대를 준비하는 현대인들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직관적인 판단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생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현대인들은 욕망과 소유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끝없는 결핍을 자각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저의 작품은 삶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무한히 확장하고 휴머니즘에 도달하려는 시도입니다. 트랜스휴먼은 그 출발점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주의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미래의 평화와 소망의 가치를 기원하는 미래 지향적인 예술작품에 도입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가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한 세계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초월적 세계관, 융합적 소재로 구현하는 미래 가능성

기 작가 작품의 특징은 자연과 인위의 대비, 또는 융합을 통해 다양성을 초월하며 하나가 되는 염원을 전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메인보드, CPU쿨러, 키보드 등의 전자부품과 천연섬유, 한지, 나무, 금속 등 자연적 요소를 콜라주해 자연과 도시, 인간과 자연, 채움과 비움 등 다양한 상반된 개념을 융합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대비의 융합은 새로운 소통으로 나아가는 조화로움을 보여주며 피부색, 종교, 국가, 이념 등을 초월한 세계의 화합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관해 기옥란 작가는 “융합과 소통을 통해 서로 다른 인간 간의 화해, 도시와 자연의 화해,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유도하며 인간성을 회복하고 지구촌 평화를 기원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 작가의 세계관은 각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생명 존중, 죽음에 관한 두려움 극복, 평화 등 인간에게 내재된 가장 원초적인 문제가 근본적인 가치판단으로 해소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는다.

“과학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류를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이끈 반면 환경‧기후, 유전자 변형, 인간이 소외된 물질주의적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정신적 결핍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양날의 검인 발전을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성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첼로,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악기의 부품을 도입함으로써 반복되는 선으로 관계와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해 진화해가는 인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 또한 기옥란 작가 작품의 큰 특징이다. 이처럼 기옥란 작가는 다양한 오브제를 실험적으로 배치하며 삶과 예술의 영역을 환기하고 무한히 확장되는 인류의 활동공간에 대한 성찰과 반성으로 미래지향적 세계관의 작품을 구축해오고 있다.

고전, 인간 내면의 탐색,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인간 삶의 진리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 사회를 꿈꾸며 인간성 회복과 조화를 이룩하고자 메시지를 전하는 기옥란 작가가 탐구하는 것은 옛 선인들의 지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는 자연,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탐구한 고전들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고전은 그 자체로 지혜와 삶의 원형이다.

“선인들의 지혜와 인류문화적 삶의 원형은 현대에 와서도 유효합니다. 저는 원심력과 구심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옛 통찰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발달한 다양한 문명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고찰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자연의 소리에 주목해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창작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기술발달‧문명과 자연 간의 조화, 그리고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역설하며 대중들의 정신적 결핍이 해소되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한편 기옥란 작가는 최근 서울 세텍 컨벤션센터 2023 뱅크 아트페어, 아트광주 2023, 갤러리영 초대전, 갤러리트랜스휴먼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내년 초부터는 2024년 1월 용산아트홀 개인전, 코엑스 2월 아트엑스포 전시 등을 통해 작품 소개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과 사물, 구상과 추상, 평면과 입체 등 한계가 없는 작업으로 인간의 본질, 그리고 미래에 관한 사유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기옥란 작가의 열정적인 작품을 만나보길 권한다.

Profile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동대학원 졸업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박사 졸업

수상

제15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발 대상

월간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기술부장관상 등

전시

개인전 60회 (광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일본,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뉴욕, 뉴저지, 베니스, 파리 등) 추상사진전(서울, 광주, 청주, 여수 등) 7회 (총 67회)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350여회, 국제아트페어 70여회 참여

활동

현대미술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협이사 및 교육분과위원 역임

호남대학교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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