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정(牙庭) 서호석 도예가

소박한 백자에 심플함과 모던함을 더하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백자의 세계



아정 서호석 작가의 작품은 백색이 주는 소박함과 날카로운 직선 면의 현대적인 미가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준다. 그는 예전에는 주로 생활자기 등을 많이 제작하였으나 요즘은 참신한 디자인의 도자기 발명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BLANC BLEU ART FAIR'에도 참여하여 사람들에게 연일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고양에 있는 아정 연구소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정(牙庭) 서호석 이란

그의 호는 아정. 으뜸 아(牙)자에 뜰 정(庭) 자를 쓴다. 얼핏 듣기에 옛날 애인이름 같기도 한 그의 호는 옛날에 시골에 계시던 어르신이 훈훈하고 제일 으뜸가는 공방이 되라 하고 지어주신 걸 마음에 들어 여태 사용하고 있다.

그가 도예에 입문한지는 올해로 28년째, 적지 않은 기간이다. 2005년에는 대학에 편입해서 늦깎이 대학생으로서 어려움도 많았으나, 그것이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다리역할을 해주었다. 이 후 몇 차례 공모전에서 입상하고, 과천현대미술관에도 작품이 매입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가 고된 작업을 보상해주는 선물이면서 작업세계를 연마하는 채찍과도 같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도예를 할 때 기회가 되면 항상 다른 걸 시도하려고 한다. 기존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그는 손으로는 도자기를 계속 빚어가면서 머리로는 항상 참신한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백자에 대한 고집

아정의 작품을 보면 깨끗한 바탕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백자가 많다. 그는 백자에 대한 고집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작품이 시대흐름에 따라가길 원한다. 전통적인 재료에 현대적인 미를 더하려고 항상 연구 중이다. 그는 자기가 생각했던 디자인이 불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그는 자신이 착상한 데로 나오면 성취감으로 매우 뿌듯하고, 실패하면 또 다시 도전하는 오기가 생긴다고 한다. 그는 1%가 과정이고 99%가 불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백토에 나무, 돌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시키려 노력 중이다. 흙에 유리를 배합하면 자기가 안 나오듯이 도예에서 배합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한 번은 건축 폐기물을 활용하여 친환경적인 도자기를 제작하였는데,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소기업청에서 예비기술창업지원금도 받았다. 그는 배합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자연 친화적인 작품 세계

그는 가끔 산에 올라 자연을 만끽하면서 나무, 꽃, 새, 구름 등을 관찰하면서 작품을 구상한다고 한다. 자연을 모티브로 하여 백자의 전통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현재 그가 제작하고 있는 작품은 백자의 `나무 시리즈`. 그는 각박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나무시리즈를 통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나무뿐만 아니라 국화, 코스모스 등 한국적인 이미지의 디자인도 연구 중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국화문`은 절에 비치는 창살 문 모양을 따서 한 작품이기도 하다.


현대적인 감각 가미

아정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생활자기인데, 90년도부터 이를 제작했다. 그의 대표적인 생활자기인 컵은 하얀 백자에 면치기를 통한 직선적인 면이 들어가 있고 수직으로 뻗은 손잡이가 새 모양으로 되어 있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면치기'란 그의 작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기법으로, 1차적으로 비대칭으로 면을 치고 2차적으로 음각 면치기를 하여 작품에 나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기법이다. 물레를 이용한 자기의 특성상 그 형태가 제한되기 때문에 면치기를 통해서 자기의 표현영역을 확장하였다. 이렇게 면치기를 거친 자기는 단순하면서도 간결하여 절제미를 표현해, 백자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도예가로서 고충

서호석 씨는 집중을 다해 마음을 먹으면 일주일 안에 작품을 완성한다. 보통은 한 가마를 자기로 채우는데 열흘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불에 들어간 자기의 성공률은 80~90%. 생활자기는 거의 다 성공하는 편이나 작품 같은 경우는 처음에 시행착오가 꽤 많았다. 실제로 대형석고원형과 대략 무게가100~150kg의 석고 몰드를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도자기 작품이 많이 나가야 작가들이 다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도예가로서 고충을 토로했다. 구상을 하고 제작도 하려면 뒷받침이 있어야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작가들 중에는 다른 직장에 다니는 방법으로 제작비용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는 “힘드신 분 많죠. 저도 어려워요. 그래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작업하려 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도예 철학

그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농부가 농사짓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힘들어서 부지런함과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도예 작업이다. 농부가 벼를 수확하기 전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듯, 도예가도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인내를 갖고 참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도예가의 인성도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그가 현재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항상 조언해주는 말은 “한 분야를 보지 말라.”는 것. 시야를 넓혀서 도자기만 보지 말고, 금속공예, 목공예, 회화, 조각등도 많이 봐야 얻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원래 그림을 공부했던 그이기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옛날에 자신도 전시회 다니면 도자기만 봤다면서, 학생들에게 회화도 보고해서 관심분야를 넓혀 도예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으라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충고했다.

향후 계획을 여쭤보자, 그는 새로운 참신한 작품을 제작하고 싶기도 하고 제자들에게도 빨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조만간 경기도 장흥 시에 연구소를 이전해 `도자 체험관`을 만들어 작품 활동도 하면서 제자들도 가르칠 계획이다. 그는 자신이 가서 몸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도 장흥의 문화사업의 중심이 되어, 그의 작품처럼 전통을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흐름에 발맞춰나가는 진정한 도예가가 되길 소망한다.

/ 뉴스투데이 이민지 기자(boom96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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