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이코노미=설은주기자]=우리나라 경영학자 70% 이상이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향후 3년 이내에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90% 이상은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다고 답했다.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구조조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는 이중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영학회가 11월 2~6일 국내 경영학 교수 50명을 대상으로 '기업발 경제위기와 기업 구조조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경영학자들은 이같이 답변했다.

경영학자들은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의 부실이 개별기업을 넘어서 대그룹과 금융권까지 전이돼 고용·투자·소비 등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부실이 대그룹 몇 곳이 부도날 만큼 산업계 부실로 전이된다는 의견이 10%,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경색을 통해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46%에 달했다. 실업이 늘고 투자가 줄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는 의견도 32%나 됐다. 개별기업의 부실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기업발 위기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경영학자들의 경고인 셈이다.

박근혜정부 임기(~2018년 2월) 내에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강력한 경제 충격이 닥쳐올 것으로 보는 경영학자가 절반을 넘었다. 박근혜정부 말년인 2017년 큰 충격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40%로 가장 높았고, 2018년이 16%, 2016년이 14%로 그 뒤를 이었다. 향후 3년 이내의 위기 가능성을 전망한 의견이 전체의 70%에 달했다. 큰 경제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은 22%에 그쳤다.

'좀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묻는 설문에는 경영학자 50명 중 45명(90%)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개별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기타 의견까지 합치면 90% 넘는 경영학자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구조조정 의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정부와 채권단(산은·수은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47명(94%)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경영학자는 2명에 불과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지원 방안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6명은 규모나 방식 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민간기업 매각(54%)이나 사업규모 축소·청산(8%)을 주문했다. 임채운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본원경쟁력이 약화되고 대외환경도 불리하게 변하고 있어 큰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거대한 충격이 오기 전에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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